현리2리의 뒷산은 산의 형세에 불의 기운이 있다고 여겨 화산(火山), 곧 ‘불뫼’ 또는 ‘불산’으로 불린다. 옛사람들은 불의 기운이 강하면 마을에 화재나 재앙이 생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 기운을 다스리고 마을의 평안을 지키고자 물무지에 소금과 물을 담은 항아리를 두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믿음은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기운을 다른 것으로 보완하려는 비보(裨補) 풍수와도 닿아 있다.
제례에서 제주는 현1리에서 맡는다. 제관은 해마다 현1·2·3리에서 각각 주민대표 두 명씩 선정한다. 가정이 깨끗하고 자식들이 성공한 가정을 대표하는 사람을 제관으로 뽑아 제례를 준비한다.
물무지 항아리에 보충할 소금 3되는 영양읍 동부리와 서부리에서 자발적으로 협의하여 지원한다. 제관들은 소금과 함께 깨끗한 물을 마련하고, 제상에 올릴 과실과 포, 떡과 술도 준비한다.
정월 대보름이 되면 제관들은 소금과 물, 제물을 가지고 화산의 물무지에 오른다. 물무지당에 이르면 먼저 하제단부터 중제단, 상제단까지 세 곳의 제단을 차례로 정비한다. 이어 산에 묻힌 항아리의 덮개를 열고 소금과 물을 보충한다. 해마다 항아리 안의 것을 모두 교체하는 것은 아니다.
세 곳의 제단을 정비한 뒤 제물은 하제단 한 곳에만 차린다. 참석자들은 하제단에 모여 홀기에 따라 제례를 올린다. 먼저 제주가 술을 땅에 부은 뒤 절을 올려 신을 모신다. 이어 첫 번째 술잔을 올리면 축관이 화재 예방과 군민의 안녕을 기원하는 축문을 읽는다.
다른 제관들이 차례로 두 번째와 세 번째 술잔을 올리고 절한다. 마지막으로 참석자들이 절을 올려 신을 보내드리며 제례를 마친다. 제례가 끝나면 제상에 올렸던 술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음복한다.
화산 물무지 제의의 유래는 마을 주민들로부터 전해 들었으며, 이 글에 담은 제례 절차는 내가 직접 체험한 것이다. 앞서 적은 제관 선정 기준은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나는 2023년, 2024년, 2026년에 화산 물무지 제의의 제주를 맡았다. 정월 대보름에 제례를 올리는 날뿐 아니라 한 해를 보내는 동안에도 몸과 마음을 바르게 지키려고 한다.
1년 동안 상가 방문을 자제하고 나쁜 말도 하지 않으려 애쓴다. 주민들을 대할 때에도 미소를 잊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게 하나씩 실천하다 보면 내 마음도 깨끗해진다.
물무지에 올라 제주로서 술잔을 올릴 때면 나 자신의 평안과 군민 모두의 평안을 바라며 정성껏 마음을 전한다. 큰불이 일어나지 않고 우리 고장에 평온한 날들이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제례를 마치고 산에서 내려오면 마을 주민들이 제주를 보고 절을 올린다. 제주인 나도 주민들에게 맞절을 한다. 서로 예를 나누며 그해의 제례를 마무리하는 것 또한 이곳에 전해 오는 전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