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회나루를 굽어보며

완연한 가을날, 충북 단양에 자리한 월악산국립공원 제비봉으로 향했다. 제비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제비봉이라 불리는 산이다.

산행은 시작부터 가파른 오르막과 바윗길의 연속이었다. 숨이 차오를 즈음 뒤를 돌아보니 발아래로 장회나루와 호수가 펼쳐졌다. 오전 10시 무렵, 능선 초입에서 내려다본 청풍호(충주호)는 푸른 물빛을 머금은 채 고요히 누워 있었다.

구름은 산허리를 낮게 감싸고, 호수 위로 유람선 한 척이 흰 물살을 가르며 지나갔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호반 도로와 다리, 그 곁을 지키는 기암괴석까지 어우러져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했다. 가파른 길을 오른 수고가 어느새 감탄으로 바뀌었다.

2. 철계단과 소나무 능선, 길 위의 인사

오전 10시 40분을 지나면서 제비봉의 거친 암릉과 가파른 철계단이 이어졌다. 발아래로는 절벽과 호수의 푸른 물줄기가 아찔하게 펼쳐지고, 눈앞으로는 능선을 따라 바위 봉우리들이 솟아 있었다.

바위틈에는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뎌 온 소나무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서 있었다. 나뭇잎마다 스며든 가을빛도 산길의 운치를 더했다.

가파른 길에서는 가을산을 즐기러 온 사람들과 마주쳤다. 가벼운 차림으로 부지런히 발을 놀리는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천천히 보폭을 맞추는 중년 부부와 친구들도 있었다. 차림새도 걸음도 제각각이었지만, 산에서 만난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환했다.

좁은 바윗길과 계단참에서 스쳐 지날 때마다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힘내세요!”

짧고 소박한 말 한마디였지만, 거친 숨을 고르며 서로를 배려하고 응원하는 눈빛에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낯선 사람끼리 산길에서 주고받은 그 온기 덕분인지 다리의 피로도 한결 가벼워지는 듯했다.

3. 운무에 싸인 정상에 서다

가파른 오르막을 지나 울창한 숲길을 얼마간 더 걸어 오전 11시 40분쯤 제비봉 정상에 닿았다. 해발 721m, 쉬고 사진을 찍은 시간을 포함해 오르는 데 약 1시간 40분이 걸렸다.

정상에는 운무가 은은하게 감돌아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월악산국립공원의 상징인 산양 캐릭터가 새겨진 팻말과 묵직한 정상석 앞에서 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인증 사진을 남겼다.

땀을 식혀 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지나온 길을 떠올렸다. 구름 아래 펼쳐진 호수와 바위틈의 소나무,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반가운 인사가 함께 남은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