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링 회원들과 경기를 마치고 나면 늘 2차 자리가 이어진다. 사람들은 소주를 비우거나 맥주잔을 부딪친다. 나 역시 젊은 날에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술자리를 즐기곤 했지만, 요즘은 마실 수 있어도 굳이 많이 마시지 않으려 한다. 다른 이들이 소주 한두 병을 비워낼 동안, 나는 맥주 딱 한 잔을 앞에 두고 천천히 목을 축이며 맥주를 마시고 있다는 기분을 즐긴다. 그날도 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홀짝이고 있었다. 두 병을 시켜 각자 한 잔씩 따르고 나니, 병마다 맥주가 반 넘게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다른 회원들은 더 마실 생각이 없었는지, 남은 두 병을 내 앞으로 쓱 밀어놓으며 말했다. "이건 **씨가 책임져야 해." 하지만 나 역시 더 마시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대로 두면 버려질 게 뻔했다. 나는 가방에서 빈 물병을 꺼내 남은 맥주를 담았다. 그리고 집으로 가져가려 자리에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본 회원들의 표정이 일순간 일그러졌다. "야, 참 그렇게 살지 맙시다. 돈이 없어요? 맥주 한 병 사 먹을 돈도 없습니까? 식당에서 먹다 남은 맥주까지 싸갈 정도로 쫌생이처럼 살아야 해요?" 순식간에 핀잔과 고성이 쏟아졌다.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도대체 무얼 그리 잘못했단 말인가. 너무 당황스럽고 무안해 그 자리에서는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집으로 돌아와 문을 닫는 순간부터 울화가 치밀었다. '네가 뭘 안다고 그러느냐? 네가 내 마음을 알아?' 혼자 속으로 씩씩거렸다. 그러다가 다음 모임에 가면 왜 내가 남은 맥주를 가지고 집에 가는지 일어서서 장황하게 설명을 해야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챙겨온 맥주를 마시지는 않는다. 닭고기를 잴 때 잡내를 없애거나 요리할 때 요긴하게 쓴다. 남은 맥주를 하수구에 쏟아버리는 것보다, 어떻게든 알뜰하게 활용하는 것이 내가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족들과 외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빈 냄비를 가지고 가서 남은 탕을 담아온다. 그 음식들이 우리 밥상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땀과 정성이 들었으며, 그 과정에서 배출되었을 탄소의 양을 생각하면 도저히 식탁 위에 버려두고 올 수가 없다. 비닐 한 장, 물티슈 한 장도 최대한 덜 쓰려 애쓴다. 스티로폼 박스가 필요할 때는 버려진 스티로폼 박스를 집에 가지고 와서 깨끗이 씻어서 사용한다. 뱃속에 플라스틱 비닐을 가득 품은 채 죽어간 바다거북의 사진,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거대한 쓰레기 섬의 모습을 생각하면 나는 지구를 위해 뭔가 실천을 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누군가의 눈에는 내가 맥주 한 모금, 남은 탕 한그릇에 연연하는 지독한 구두쇠로 보일지도 모른다. 체면도 모르고 남사스럽게 구는 유별난 사람으로 보였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난 오늘도 작은 실천을 한다. 고기 사러 갈때 냄비 들고 가서 사기, 오늘 내가 차린 밥상은 깨끗이 비우기, 옷을 살 때는 진짜로 꼭 필요한지 생각하고 사기, 신발도 가능하며 오래 신기 등등 나의 실천이 지구를 환경을 지키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실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