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해 서산 너머로 기울고 바람 끝에 산그림자 내려앉을 때 단풍 붉은 가지 틈새로 가로등 하나 조용히 불을 켠다
등마루에 가만히 깃든 반딧불이 여름밤 풀숲을 날던 푸른 숨결이 가을 저녁 이 길목에 남아 돌아오는 발걸음을 가만히 비춘다
단풍길을 나란히 걷는 두 사람 말은 바람에 잠시 맡겨 두고 스치는 손등 하나에도 붉은 잎새처럼 마음이 흔들린다
단풍의 붉은 빛이 등을 품고 등불의 따스함이 잎을 물들여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마다 붉고 다정한 불빛이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