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육십 줄에 접어들었다. 삼십칠 년간 몸담았던 공직에서 명예퇴직을 하고 나니, 집에서 그저 쉬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아마도 여태껏 몸에 밴 부지런함과 욕심 탓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거울 앞에 섰다가 낯선 모습을 발견했다. 정수리 쪽 머리카락이 유독 옆머리에 비해 짧고 듬성해 보였다. 미장원에 가서 파마를 해보아도 예전처럼 봉긋하고 탐스러운 모양이 살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머리칼이 가는 편이기는 했다. 큰아이를 낳고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을 때는 머리를 감고 말릴 때마다 욕실 바닥이 새카맣게 덮일 정도로 머리카락이 쏟아져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는 탈모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몸을 좀 추스르고 기운을 차리면 언제든 다시 나겠지 싶었고, 실제로도 세월이 지나며 머리칼은 다시 돋아났다.
그러나 예순이 넘은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멈춘 듯 정수리 머리카락이 통 자라나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인공지능에게 물었더니 정수리 탈모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냉정한 답이 돌아왔다.
'허걱, 내가 탈모라니!'
정수리가 훤해진 내 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방송인 여에스더 씨가 탈모 증상으로 미녹시딜을 복용한다는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서울대 의대 동기인 탈모 전문의 친구에게 권유받아 먹고 있는데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는 내용이었다.
지체 없이 인근 병원을 찾아가 의사에게 미녹시딜을 처방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가정의학과 의사는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선뜻 고개를 저었다. "왜 미녹시딜을 드시려고 하세요?" 정수리에 탈모가 오는 것 같아 인터넷을 찾아보고 왔노라 사정을 설명했지만, 의사는 끝내 처방을 내주지 않았다. 진료실 밖에서 기다리는 다른 환자들이 많아 더 이상 긴 설명을 들을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처방전 없이 살 수 있는 바르는 미녹시딜을 구하러 약국으로 향했다. 약사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미녹시딜 5% 제품을 건넸다. 2026년 6월 10일부터 매일 정수리에 약을 바르고 손끝으로 정성스레 문질렀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도록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먹는 약을 처방받을 길을 다시 수소문했다. 다행히 딸아이가 대구에서 경북대학교 탈모 전문의로 있다가 최근 개원한 병원을 찾아내 주었다. 그곳에서 미녹시딜 5mg을 4분의 1정으로 쪼개어 먹는 처방을 받았다.
꾸준함이 생명이라는 말에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챙겨 먹었다. 그런데 약을 바르고 먹은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오히려 정수리 머리카락이 더 우수수 빠지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찾아보니 이른바 '쉐딩 현상'이었다. 약을 복용한 지 2~3개월 무렵, 약해진 머리카락이 먼저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새로운 털이 돋아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약효를 믿고 묵묵히 버텼다. 그리고 2026년 10월 20일 오늘, 정수리 머리카락은 눈에 띄게 풍성하게 자라났다. 파마를 하러 미장원에 갔더니 원장님이 지난번보다 머리숱이 훨씬 많아졌다며 도대체 무얼 했느냐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신이 나서 미녹시딜과 함께한 지난 몇 달간의 분투기를 늘어놓았다.
인터넷에서 흔히 말하던 어지럼증 같은 부작용도 나에게는 전혀 없었다. 거울 앞에서 다시 되찾은 자신감 덕분인지 하루하루가 경쾌하다. 나는 앞으로도 미녹시딜을 잊지 않고 먹고 바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