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허리를 맴도는 고추잠자리 그 얇은 날개에 끝내 전하지 못한 내 마음 하나 가만히 실어 보낸다

붉고 노란 단풍은 말없이 산자락을 물들이고 한때 뜨거웠던 내 젊은 날도 저 빛 속에서 잠시 타오른다

낙엽은 바람의 길을 따라 천천히 천천히 산 아래로 내려앉고 나도 걸음을 늦추어 지나온 길을 돌아본다

빈 가지 끝에 마지막 남은 잎새 하나 찬바람에 사르르 내려앉는 순간 붙잡을 새도 없이 가슴 한쪽이 텅 빈다

저무는 가을 앞에 서서 나는 오래 말이 없다 떠난 것은 돌아오지 않아도 그리움은 이렇게 한 사람의 가슴에 남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