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욕심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대구 두류공원을 걸었다. 함께 길을 걸으며 자연스레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친구는 지금도 사는 일이 쉽지 않지만, 어렸을 때는 더 힘들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새벽 다섯 시만 되면 어머니가 밥을 하라고 깨웠다고 했다. 집은 산 중턱에 있었고, 친구는 물지게를 지고 산 아래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날랐다. 서너 번을 오르내려 물동이를 채우고 나면 식구들 빨래를 해야 했다. 오빠들 실내화를 빨아 널기도 했다. 한 번은 오빠가 빨아 놓은 실내화가 더럽다며 마당에 던져버렸다고 했다. 친구는 다시 실내화를 주워 빨아야 했다. 호롱불에 쓰는 기름도 아까워 오래 불을 켜 둘 수 없었다. 숙제를 다 하지 못하고 학교에 가는 날도 많았다. 준비물은 교실 마룻바닥 밑에서 주운 것들로 겨우 마련해 갔다고 했다. “언니도 있고 오빠도 있는데 왜 친구만 집안일을 했어?” 내가 묻자 친구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모르겠어. 엄마도 아버지도 집안일은 네가 해야 한다고 몰아세웠어. 나는 어려서 엄마, 아버지가 시키니까 해야 하는 것인 줄 알고 그냥 했던 것 같아.” 친구의 하소연은 계속되었다. 4학년 때부터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다고 했다. 학교를 제대로 졸업했다면 인생이 이렇게 고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너는 어땠어?” 친구의 물음에 나는 내 어린 시절을 생각했다. “나도 사는 게 힘들었지. 그런데 네 이야기를 들으니 나는 힘든 것도 아니었네. 우리 엄마, 아버지는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셨고 평생 농사를 지으셨어. 노년에 아버지는 손가락을 구부리지도 못할 만큼 일을 하셨지.” 우리 부모님은 가난한 농부였지만 자식의 공부에는 욕심이 많으셨다. 자식들이 공부하고 싶다고 하면 돈을 빌려서라도 시키려고 하셨다. 빌린 돈은 농사를 지어 겨우겨우 갚으셨다. 새 옷을 자주 입히지도 못했고, 좋은 것을 넉넉히 먹이지도 못하셨다. 그래도 자식들의 공부만은 어떻게 해서라도 시키려고 애쓰셨다. 친구가 나를 보며 말했다. “너는 선생님이잖아. 사람들이 존경하고 학생들이 인사해 주는 선생님. 참 좋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우리 엄마, 아버지께서 자식 공부에 욕심을 부려 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자라나는 귀한 학생들과 생활하며 아이들의 자람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선생님이라는 이 자리가 너무 감사하지.” 두류공원의 길 끝에서 친구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엄마, 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엄마, 아버지. 힘들게 농사 지으시면서 저를 공부시켜 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내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엄마, 아버지의 자식 공부에 대한 욕심 덕분이었어요.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공부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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