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우리에게 아버지를 기다리는 일은 곧 빵을 기다리는 일이기도 했다. 아버지가 얼마나 고된 일을 하고 돌아오시는지, 그 빵이 어디에서 난 것인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그저 아버지가 오시면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좋았다. 아버지는 그런 우리를 바라보며 아무 말씀 없이 빵을 내주셨다.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에야 그 빵에 얽힌 사연을 알게 되었다. 아버지가 가져오신 빵은 일터에서 배고픈 사람들에게 중참으로 나누어 주던 것이었다. 힘든 노동을 하다 보면 허기를 달래기 위해 꼭 먹어야 하는 빵이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 빵을 드시지 않았다. 남들이 빵을 먹을 때 아버지는 물로 배를 채우고, 자신의 몫을 고스란히 품에 넣어 집으로 가져오셨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어린 시절의 빵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내 기억 속에 남았다. 형과 내가 아무것도 모르고 맛있게 먹던 그 빵에는 아버지의 굶주림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하루 종일 몸으로 번 돈만 집으로 가져오신 것이 아니었다. 당신의 허기까지 참아 가며 자식들에게 줄 작은 기쁨을 품고 돌아오셨다.
그때의 나는 아버지께 빵을 받아 들고도 고맙다는 말을 제대로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버지가 왜 빵을 드시지 않았는지 물어본 적도 없다. 어린 나는 빵의 맛만 알았지, 그 속에 담긴 아버지의 마음은 알지 못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빵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버지가 물로 허기를 누르던 시간과 형과 내가 빵을 먹으며 좋아하던 시간이 한 장면 속에서 겹쳐진다. 자식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자신의 배고픔을 감춘 사람.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그렇게 말없이 사랑을 건네던 분이었다.
아버지가 가져오신 것은 빵 두 개였지만, 그 안에 담긴 사랑은 평생을 두고도 다 헤아릴 수 없는 것이었다.